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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공원(원형극장)
손 잡고 걷던 길, 새로운 출발점이 되다
모두들 신라 호텔, 조선 호텔같은 곳에서 결혼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물론 두 장소는 위치며 서비스, 흔히들 예식에서 많이 고려되는 식사나 현장 분위기까지, 새 출발 하는 두 사람의 첫 걸음을 빛내기에 그만한 장소를 사용한다는 데에 그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신랑 신부가 예식 날 빛나고 싶은 건 당연하고, 찾아 오시는 하객들 한 분 한 분 맞이하며, 부모님 입장에서는 지인들께 우리 두 사람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그 정도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장소를 조금만 바꿔서, 꼭 브랜드 이름이 없더라도, 더 큰 도시나 국가의 이름이 붙는건 어떨까?
예를 들면,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처럼. 서울시에는 많은 중요한 장소들이 있고 그에 걸맞게 잘 꾸며진 장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곳들을 활용한 공공예식이 금액과 상관 없이 예비신혼부부들에게 제공된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구태여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말고도 서울시 곳곳의 명소들은 어떨까?
예를 들면 우리 부부가 식을 올렸던 선유도공원이 그렇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장소일뿐더러, 신랑인 내가 인근에 거주하는 바람에 자주 데이트 했던 장소, 기념일엔 다른 유명한 레스토랑을 예약하더라도 봄가을이면 어김 없이 산책을 했던 장소. 이렇게 추억이 담긴 의미가 있는 장소야 말로 지난 연인 시절을 추억하며 앞으로 미래를 약속하는 언약의 장소로서 제격이지 않은가 싶다.
이제껏 여기서 손잡고 걷던 날들도 많았었겠지만 지금 잡는 두 손은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리.
결혼식이란 것은 그런게 아닐까? 공공예식을 준비하며서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지만, 조심스런 걱정들도 많이 받았었다.
주차가 어떻고, 대중교통으로부터 거리가 어떻고, 비가 오면 어떻냐는 둥…
결혼을 막역하게 그리던 시절에는 원빈과 이나영의 예식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었다.
돌아켜 보면 강원도 산자락에서 감사한 분들을 모셔 국수를 담아 주는 모습을 꿈꿧던 그 순간이 우리가 간직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공공예식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꿈꾸던 예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감사하며 앞으로 많은 예비신혼부부들에게도 첫 출발을 위한 큰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다.